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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굿바이 2018’ 희로애락 교차했던 한 해를 돌아보다
  • 김강현 기자
  • 등록 2018-12-16 1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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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두 정상의 악수. 연합뉴스

2018년은 말 그대로 격동(激動)의 한 해였다.

지난해 말까지 악화 일로를 걷던 한반도 정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순간 급반전했다. 직전까지 북미 간 갈등으로 ‘군사적 행동’, ‘전쟁’이 거론될 만큼 긴장이 고조되던 마지막 분단국에서의 올림픽과 이후 펼쳐진 극적인 평화 드라마는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분단 65년 만에 처음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4월과 5월, 9월 판문점, 평양, 백두산을 오가는 연이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비핵화로 가는 불가역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렸다.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잇달았다.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가 사회 각계각층을 휩쓸면서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신구 기업 오너와 가족의 비상식적 언행과 엽기 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전근대적 ‘갑질’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과로사회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며,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 수사로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4년 만에 치른 6월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보여줬으며, 서울 집값이 급등해 무주택자들의 근심을 샀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세기의 팝그룹 ‘비틀스’에 비견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K팝 전성시대를 열어젖혀,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18년 국내 10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1.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속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세계의 시선을 한반도로 집중시켰다. 두 정상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물꼬를 튼 뒤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등 합의사항을 담은 4·27 판문점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두 정상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악수와 도보다리 산책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기록됐다.
한 달 뒤인 5월 26일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중재자’인 문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급박하다 보니 사전에 알려지지 않고 사후 공개됐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9월 18∼20일 평양에서 이뤄졌다.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 영구폐기 등 비핵화 세부내용을 담은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됐다. 김 위원장의 이른 시일 내 서울 답방을 명시해 분단 이후 첫 서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2. 한국사회 뒤흔든 ‘미투’…문화계부터 정치권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억압적인 분위기에 숨죽였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 하나 둘 입을 열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내 미투 열풍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던 서지현 검사가 1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검찰발 미투는 들불처럼 순식간에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국회의원부터 직장인, 학생들까지 잊고 싶은 과거 경험들을 털어놨다.
문화계에서는 연일 거물급 인사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는 폭로가 쏟아졌다. 최영미 시인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주목받은 연극인 이윤택 연출은 잇따른 성폭력 가해 폭로로 구속기소됐다.
미투 충격파는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공보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의혹 폭로에 정치 활동을 중단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3.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 시대 개막

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시간 한도를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한 우리 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향한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04년 도입된 주 5일 근무제에 못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시행이 순탄치는 않았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준비가 덜 됐다며 유예를 요구했고, 정부는 올해 말까지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정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해도 한시적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연말이 다가오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영계는 당장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이 어렵다면 계도기간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여러 잡음에도 더는 ‘과로사회’에 머무를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주 52시간 근무제는 결국 정착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내년 7월부터는 노선버스를 포함한 특례 제외 업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4. 위기의 사법부…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2018년은 사법부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 수뇌부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정권에 유리하게 판결을 왜곡하는 ‘밀거래’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소송 판결을 고의로 지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 간에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오간 정황이 수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사법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법관을 감시와 관리 대상으로 삼고 각종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 의혹도 있다. 2017년 초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이후 법원은 세 차례나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였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는 검찰 수사의 빌미가 됐다.
검찰은 6월부터 특수부 인력을 대거 투입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수십 명 전·현직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법원행정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10월 말 핵심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구속은 면했지만 전직 대법관 최초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을의 분노 폭발시킨 오너·기업 갑질 논란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광고회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을 뿌린 ‘물컵 갑질’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침묵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씨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등 한진 일가의 다른 갑질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이후 사태는 한진 일가의 횡령과 배임, 밀수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는 경찰과 관세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불러왔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전무를 과거 6년간 불법으로 등기이사로 등록한 사실을 확인해 진에어의 사업면허 취소까지 검토했다. 나라밖에도 알려지면서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소개됐다.

6. 전 세계를 달군 방탄소년단…K팝 열풍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를 K팝의 열기로 뜨겁게 달궜다.
방탄소년단은 9월 초부터 50여 일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라는 타이틀로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의 6개국 11개 도시에서 총 22차례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에서만 총 32만 관객을 모았다.
투어 기간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 NBC ‘지미 팰런쇼’, ABC ‘굿모닝 아메리카’ 등 미국 주류 미디어는 치열한 BTS 모시기 경쟁을 벌였다.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피가로 등 유럽 유력 매체들은 ‘21세기 비틀스이자 팝 센세이션’, ‘서구 음악 산업 최상위권에 도달한 최초의 K팝 그룹’, ‘비틀스를 잇는 밀레니엄 세대 동반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9월 24일 유엔 정기총회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를 담은 연설로 전 세계 관심을 다시 받았다.

7.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적폐 수사

2017년이 박근혜 정부 때의 적폐를 청산한 해였다면 2018년은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를 단죄한 한 해라고 할 만하다.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오랜 의문에서 시작됐다. 수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등을 돌리고,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전직 임직원들이 입을 열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지만, 결국 3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110억원대 삼성 뇌물수수 등 16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5개월가량 진행한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사법적 판단과 함께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불복하면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8. 서울 집값 급등에 역대급 대출·세금 규제

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미친 집값’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1~11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8.22% 올라 상승률이 지난해(4.69%) 두 배 수준에 달했다.
2006년 23.46% 오른 데는 못 미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평균 8억원을 넘어서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집값 오름세는 상승률 수치 이상이다.
특히 ‘역대급’으로 불리는 대출 규제로 1주택 이상 보유자 신규 대출을 차단하는 등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돈줄을 조였다.
이와 함께 재건축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일부 집값 부추기기성 여론에 대응해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주택시장 안정을 꾀했다.

9. 풀뿌리 권력 재편…민주당 기록적 압승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며 보수진영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2006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당한 완패를 앙갚음하며 기록적으로 완승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인천·경기·부산·울산·경남·광주·대전·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이 민주당 깃발이 꼽힌 지역이었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대구, 경북지역에서만 승리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제주에선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총 226곳 중 151곳에서 이겨 한국당 53곳, 민주평화당 5곳, 무소속 17곳을 압도했다.

10. 30년만에 안방에서 올림픽…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9~25일 17일 동안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성공리에 열렸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 개최 경험을 발판 삼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경제·문화·ICT(정보통신기술)·안전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러내 찬사를 받았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한때 위기감이 감돌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이후 연이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내는 산파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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